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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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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24. ~ 2021.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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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기호들: 디자인과 일상의 탄생
Information
Objects and Stories
- 듣는 행위에 대하여
- 보는 행위에 대하여
- 청소하는 행위에 대하여
- 세탁하는 행위에 대하여
- 음식을 보관하는 행위에 대하여
Symposium
- 행복의 기호들, 코로나 시대의 전시를 말하다
- 디자인과 일상의 탄생
온라인 전시 symbolsofhappiness.or.kr
심포지엄 metadesignlab.kr/archives/symbol-of-happiness-symposium
도구는 사용 불가능성 앞에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 손안에 있는 것들은 작동 불가능함이 확인될 때 비로소 눈앞에 등장하며 시선을 끈다는 말이다. 가령 일상에서 사용하는 어떤 도구가 있다고 해 보자. 스테이플러여도 좋고 펜이라도 좋다. 그것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때 우리는 도구의 존재를 특별히 의식하지 않고, 단지 필요와 목적에 따라 습관적으로 이용할 뿐이다. 그런데 그것이 고장 나거나 파손되어 작동하지 않을 때 우리는 비로소 도구의 존재를 의식하며 구조를 살피고 이전과 다른 시선으로 주목한다. 그동안 당연시해 왔던 일상, 그래서 주목하지 않았던 일상이 지금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는 것도 그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은 어렵다. 지속 가능한 새로운 일상을 준비해야 한다.”
2020년 4월 12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코로나19 관련 정례 브리핑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올해 초 시작된 코로나19 사태로 우리는 지금 커다란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변화는 특정 지역이나 특정 영역에 한정되지 않는다. 전 세계가 코로나19의 영향권에 들면서 세계적 현상으로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내용의 변화는 총체적이다. 사회,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우리의 일상도 예외가 아니다.
질병관리청장의 말대로 코로나19 이후에는 이전과 다른 일상이 펼쳐질 것이다. 우리는 변화된 일상, 다시 말해 새로운 일상을 살아가야 할 것이다. 그렇게 변화가 예고됨에 따라 많은 이들이 코로나19 이후의 일상에 관해 이런저런 예측을 쏟아냈고, 지금도 쏟아내고 있다. 탈세계화가 가속될 것이고, 대면 접촉을 피하는 문화가 자리 잡으며, 주거 공간이 변할 것이라는 등의 이야기들이 거론된다. 그런데 그러한 내용이 아무리 타당할지라도 예측은 예측일 뿐이다. 팬데믹(Pandemic) 이후 일상이 구체적으로 어떨지 명확히 이야기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 시점에서 명확한 게 있다면 우리의 일상이 변할 것이라는 사실, 바로 그것뿐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실제적 변화가 일어나면서 이전 삶의 방식이 하나둘 유효함을 상실하고 있다. 외출 시에는 마스크를 챙겨야 하고, 가까이 지내던 이들과 거리를 둬야 하며, 수업을 듣기 위해서는 원격회의 프로그램에 접속해야 한다. 외출과 만남을 자제해야 하고,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를 떠올리며 손도 자주 씻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사라져가는 일상을 향수 어린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 시선에는 아쉬움과 그리움이 묻어있다. 매일매일 반복되었던, 특별할 것 없으며 소소해 보였던 삶의 방식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를 떠올리는 것이다.
DDP 디자인 아카이브 기획전시 ❬행복의 기호들: 디자인과 일상의 탄생❭은 바로 이러한 맥락 속에서 기획되었다. 전시의 관심은 다가올 일상에 있지 않다. 코로나19가 휩쓸기 이전의 일상, 소위 근대적 삶이라고 불리는 일상, 그래서 현재에도 이어지는 일상을 주목한다.TV를 보고, 음식을 차리고, 세탁 하고, 화장 하고, 음악을 듣는 근대인의 일상적 행위는 다양한 사물과의 관계 속에서 형성되었다. 사물이 매개하지 않는 일상을 상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근대 일상을 지탱하는 사물들은 대부분 기계적 생산방식에 의해 생산되어 삶의 공간에 스며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사물은 행복한 삶을 환기시키며, 사회를 지탱하는 가치 실현을 약속했다. 광고는 가장 대중적인 언어로 그것들을 표현해왔다. 하지만 동시에 광고는 자신이 만들어낸 환상과 이데올로기에 의지하기도 했다. 근대 일상은 분명 그러한 환상과 이데올로기의 영향 속에 자리해왔다. 그렇다고 근대인의 삶이 수동적으로 그 환상과 이데올로기를 받아들이거나 재현해왔다는 말은 아니다. 어쩌면 사물을 매개로 한 꿈과 환상, 이데올로기와 가치들이 삶을 통해 실현되기도 하고, 그 허구성이 드러나기도 하는 변증법적 과정이 근대 일상이었는지 모른다. 문학은 바로 그 구체적인 일상의 모습을 가장 대중적인 언어로 표현해왔다. 일상을 각각의 행위로 분해해 보여주는 이번 기획이 관련 사물들뿐만 아니라 광고, 기사, 문학 작품들을 함께 보여주는 것도 그 때문이다.
디자인의 고유한 역량은 비가시적이고 추상적인 내용을 실제로 경험하도록 만들어주는 데 있다. 근대적 시공간에서 디자인은 이러한 역량을 통해 일상을 지탱하는 다양한 가치와 꿈, 환상과 이데올로기를 구체적으로 표현해왔다. 디자인의 힘에 의지해 사물은 일상의 편의를 도모하는 기능체로서뿐만 아니라, ‘위생’ ‘효율’ ‘스위트 홈’ ‘여유’ ‘성 역할’ 등을 표현하고 실현하는 매개체로 존재해왔던 것이다. 그러한 가치와 꿈, 환상과 이데올로기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해왔고, 그에 따라 디자인도 변화를 거듭해왔다. 어쩌면 디자인의 변화가 먼저였는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그 변화 속에서 새로운 일상의 몸짓들이 생겨났다는 사실이다. 일상은 그렇게 변해왔고, 코로나19 이후에도 이 구조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이 불운한 시대에 던져진 희망 아닌 희망의 메시지가 아닐까.
기획의도 (큐레이터 오창섭)
㈎ 마르틴 하이데거, 이기상 역, ⟪존재와 시간⟫, 까치, 1998년, p. 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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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24. ~ 2021.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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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24. ~ 2021.12.24.